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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Spoon

미술품 도난, 코로나 19로 휴관 중

2020.04.13

연간  5조원의 미술품 도난 시장

 

‘불멸의 화가’, ‘살아생전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불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 받는 작가면서 동시에 가장 유명한 작가로 불린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이 코로나 19를 틈타 때아닌 곤혹을 겪고 있다.

 

 

 


 

 

2020년 3월 30일 새벽 3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의 싱어라렌 미술관(Singer Laren Museum)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사라졌다. 싱어라렌 미술관은 코로나 19로 3월 12일부터 휴관 중이었으며, 도난 당한 작품은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Parsonage Garden at Nuenen in Spring)>으로 밝혀졌다. 

 

반 고흐 미술관 트위터 (@vangoghmuseum)

 

 

<봄 뉘넌의 녹사관 정원>은1884년 5월 반 고흐가 뉘넌에서 부모와 함께 살 당시에 목사관과 그 주변 정원을 유화로 그린 작품이다. 소장처는 그로닝거 박물관(Museum Groninger)으로, 싱어라렌 미술관에서 대여 전시 했다. 작품의 가치는 한화 약 80억 원으로 추정된다.

 

 

얀 루돌프 데 롬(Jan Rudolph de Lorm) 미술관장은 '이러한 시기에 절도가 일어났다는 것에 매우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3월 30일은 공교롭게도 반 고흐가 태어난 날인데,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에서도 그의 생일에 작품을 도난 당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경찰은 성명서에서 범인이 유리문을 깨고 박물관에 침입했으며, 보안 경보 음이 울렸지만 도착했을 때는 사라진 뒤였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범인을 추적하는 중이며, 아직 범인에 대해 뚜렷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안타깝게도 반 고흐의 작품 도난 사건은 그의 유명세 못지않게 도난사건에 종종 등장한다.

 

 

가깝게는 2002년 12월, 반 고흐 미술관에서도 그의 초기 작품 두 점이 도난 당했다. 

두 명의 도둑들은 박물관 지붕으로 침투해서 그림을 훔쳤으며,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이 훔쳐간 작품은 <슈케베닌겐 바다 전경 (Beach at Scheveningen in Stormy Weather)>과 <누에넨 개신교회를 떠나는 신도들 (Congregation Leaving the Reformed Church in Nuenen)>로 고흐의 초기 작품이다. 

 

 

좌) 슈케베닌겐 바다 전경, 우) 누에넨 개신교회를 떠나는 신도

 

 

14년 후인 2016년,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의 마약 밀매 용의자의 농장에서 두 작품이 발견되었다. 작품 가는 한화로 약 1,2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두 작품은 정밀 분석을 거쳐 14년 전 사라진 진품임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도난 작품들 중 한 작품인 <누에넨 개신교회를 떠나는 신도>는 1991년에도 도난 당했던 역사가 있다.

 

 

뉴욕타임즈 April 15, 1991, Section A, Page 1

 

 

1991년 4월 14일 새벽 3시,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당시 이 작품을 포함해서 약 20여 점의 작품이 도난 당했다. 이는 네덜란드에 일어난 최대 미술품 도난사건으로 도난 리스트에는 '해바라기' 등 고흐의 유명한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작품들은 다행히도 몇 시간 뒤 인근에서 발견되었다. 범인은 해당 미술관의 경비업체 직원으로 밝혀졌으며, 일부는 훼손이 심한 상태였다. 이 사건은 위의 뉴욕타임즈를 포함한 각종 매체 1면에 다뤄질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피카소가 모나리자를 훔쳐간 용의자였다?

 

 

고흐만큼이나 도난으로 안타까운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작가가 또 있다. 생전에 도난의 용의자 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이다. 

 

 

피카소는 20세기 미술의 거장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스페인 태생의 입체파 화가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게르니카>, <아비뇽의 처녀들>이 있으며 6.25 전쟁 당시에는 <한국에서의 학살>을 발표했다. 살아생전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유명작가였는데 그가 훔쳤다고 의심받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이다.

 

 

 

1911년 8월 21일,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사라진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모나리자는 지금과는 다르게 여러 작품들 사이에서 전시 되어있었으며,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작품들 사이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모나리자는 한 화가에 의해 도난 된 것임을 의심받았고, 작품의 위치가 불분명해지면서 루브르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의심되는 용의자가 수사 선상에 올랐는데, 거장 피카소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 이유는 피카소가 게리 피에르에게 물건을 구입한 이력 때문이었다. 게리 피에르는 루브르에서 흉상을 훔쳐서 판매한 전력이 있던 사람이었기에, 피카소 역시 용의선상을 피해갈 수 없었다. 수사 끝에 그는 무혐의로 풀려났고, 이는 모나리자와 함께 오늘날까지 에피소드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모나리자는 누가 훔친 것일까.

 

 

2년 뒤인 1913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모나리자를 매각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우피치 미술관의 신고로 범인이 잡혔는데, 이탈리아 출신의 빈센트 페루자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이 그린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해 훔쳤다'라고 주장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인부였던 그는 창고에 숨어 있다가 모나리자를 훔쳤는데, 그 후 약 2년간 자신의 방 침대 밑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말이 알려지면서 모나리자를 훔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고, 징역은 비교적 짧다고 평가되는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좌)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된 모나리자, 우)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의 모습

 

 

이후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나리자 도난사건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깊게 각인되어서 이 작품을 현재의 인지도로 올려놓았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철통 보안 속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유이다. '프랑스가 망해도 절대 팔지 않을 작품',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찾고 싶으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공간으로 가면 된다’라는 이야기처럼 현재에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피카소와 도난 작품의 연결고리는 모나리자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에 가깝다. 그는 살아생전 약 10만 여 점의 판화, 3만 4000점의 삽화, 1만 3500여 점의 회화와 300점의 조각을 남겼다. 알려진 작품보다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더 많은 만큼 작품에 매진했던 작가였는데, 안타깝게도 그 작품의 수만큼 도난 작품 리스트에도 자주 언급되는 것이다.

 

 

1999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Buste de Femme)>이 도난 당했다. 이 작품은 1938년 그린 작품으로 피카소의 연인 중 한 명인 도라 마르(Dora Maar)의 모습이 담겨있다. 생전에 피카소가 직접 소장했었기 때문에 작품이 공개된 적이 없으며, 사후 사우디의 왕자가 한화로 약 52억 원에 구매했다. 직접 소장해오던 중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에 요트를 정박했다가 도난을 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프랑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미해결 사건으로 종결되었는데 20년 후인 2019년 암스테르담에서 한 사업가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유통경로는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작품의 가격은 한화 약 325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좌) 여인의 흉상(Buste de Femme), 우) 광대의 머리(Harlequin Head)

 

 

 

뿐만 아니다.

2012년 10월 새벽, 네덜란드 쿤스트할 미술관에서 개관 20주년을 기념해서 트리톤 재단이 소장한 미술품 150여 점을 선보인 '아방가르드 전'을 열었다가 작품을 도난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도난이 된 작품의 작가들로는 피카소와 마티스, 모네, 고갱이 있었으며 작품 수는 총 7점이었다. 피카소의 <광대의 머리>를 포함하여 작품의 가치는 총 약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 원)로 추정되었다. 이는 1991년 반 고흐 미술관의 도난사건 이후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최대 미술품 도난사건 이었으며, 현재까지도 작품의 위치 및 용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술관 관장이 벌인 도난 자작극 사건일까?

 

 

여기, 황당한 도난 사건도 있다. 1997년 2월 이탈리아 북부 피아첸차의 리치 오디 현대미술관에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작품이 사라졌다. 클림트는 <키스(The kiss)>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화가로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와 찬란한 금빛, 화려한 색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도난 당한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은, 클림트가 말년에 완성한 여인 초상화 중 한 작품이다. 붉은 볼과 수줍지만 몽환적인 표정이 담긴 생동감 넘치는 여인을 그린 이 작품의 추정 가는 최소 6천만 유로(한화 약 771억 원)로 평가된다. 도난 당시 미술관에는 침입 흔적이 없었으며 어떠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오리무중으로 남았다. 그런데 그 후 2019년 12월 미술관 외벽의 담쟁이덩굴을 정리하던 정원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발견 당시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놓여있었다고 전해진다.

 

 

작품이 발견되면서 두 명의 남성이 절도 자백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들에 의하면 수년 전에 그림을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어떤 경로로 미술관 외벽에서 발견된 것인지 미스터리로 남은 채, 또 하나의 황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미술관 관장이 범인으로 용의자 선상에 오른 것이다.

 

 

2009년에 숨진 관장의 일기장이 영국 방송에 의해 공개되면서 이러한 의견에 힘이 실렸다. 일기의 내용에 따르면 그는 당시 클림트 전시회를 앞두고 세간의 이목을 끌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과는 다르게 전시회 시작 직전에 작품을 되찾는 쇼가 실패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상황을 담은 내용이 일기에서 발견되었다. 현재 경찰은 숨진 관장을 대신해 그의 아내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관장의 소행으로 확정될 경우 이 사건은 미술사상 가장 황당한 도난 사건으로 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미술 작품은 예전부터, 오늘날까지 도난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인터폴에 따르면 도난 리스트에 등록된 작품 수는 약 3만 4천여점이다. 이를 한화로 추정했을 때 연간 5조원의 미술품 도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사라진 작품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번 글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의 가치를 추정가로 언급했지만, 작품은 예술가의 혼과 역사가 담긴 ‘예술품’이다. 더 이상 도난 시장이 아닌, 원래의 자리로 온전하게 돌아와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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