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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문화의 힘

2020.05.08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 문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행자들 사이에서 휴식을 위해 들리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철강 산업의 쇠퇴로 더 이상 예전의 영광을 볼 수 없는 이곳은, 시민들에게 '콧구멍'이라고 불리는 공업도시였다. 그리고 오늘날, 스쳐 지나가던 그 도시를 한해 약 1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신문과 잡지에서 앞다퉈 언급하고, 이 도시의 이름을 딴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하며, 오늘날 '문화도시'로 언급되고 있다.

 

 

 

 

 미술관의 건립으로 일어난 스페인의 작은 도시,

'빌바오'의 이야기이다.

 

 

 

@Guggenheim Museum Bilbao, Photograph taken by User:MykReeve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Guggenheim Bilbao Museum)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한 곳으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 이어서 3번째로 유럽에서 연회원이 많은 미술관이다.

 

 

현재 빌바오 미술관에는 제프 쿤스와 루이스 부르주아 등 내로라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전시 미술품보다 미술관 자체가 더 유명하다고들 말한다. 이토록 관광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빌바오 미술관의 주변 환경까지 바꾸었다. 빌바오시는 더 이상 ‘콧구멍’이 아닌 지역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었고, 이는 문화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불린다.

 

 

 

 

 

 

 

국립중앙박물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

 

 

 

 

우리나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해서 1000여 개가 넘는 미술관·박물관(museum)이 있다.

(*이 글에서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예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별 박물관 건립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진행 중이다. 만약 우리 지역 내에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짐작해보건대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문화생활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기대와, 지역 발전과 경제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모 박물관의 건립 장소에 대해 지역별로 뜨거운 논쟁이 오갔던 것도, 박물관의 건립이 유물의 소장과 전시를 넘어 지역발전에 공헌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호응에 비해 대부분의 박물관 관람객 수는 현저히 낮다. 박물관이 우리 지역에 세워지는 것은 찬성이지만, 방문하는 것은 별도의 일인 것일까. 한해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전시가 상영하는 영화의 수 못지않음에도 불구하고 박물관과 해당 유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그러나 가게에 손님이 없는 것을 손님 탓으로 둘 수는 없다. 이는 주민들의 변심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할과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지, 이 글을 통해 함께 고민해보자.

 

 

 

 

 

 

 

박물관·미술관이란 무엇일까

 

 

 

박물관(博物館) :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ㆍ보존ㆍ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 수집품의 내용에 따라 민속ㆍ미술ㆍ과학ㆍ역사박물관 따위로 나누며, 그 시설의 위치와 직능에 따라 중앙 박물관 및 지방 박물관으로 나눈다.

 

 

 

박물관(=미술관)의 역사는 미술품 수집의 역사와 연결된다. 약 700여 년 전, 초기 르네상스에서는 새롭고 진기한 미술품 및 유물을 모으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상위 계층은 소장품을 좁고 긴 방이나 복도에 진열해서 권세를 과시했다. 이 공간은 훗날 작품을 판매하는 목적의 갤러리와 연구와 전시를 하는 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초창기 박물관에서는 '소장품'이 중심이었다. 어떠한 소장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전시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893년에 '관람객 연구'가 학문으로 등장하면서 박물관의 중심이 소장품에서 사람으로 옮겨졌다. 유물을 연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것을 향유하는 관람객들을 위한 경험과 해석의 가치가 점차 대두되었다.

 

 

박물관 '한 사회의 거울'이라고 일컫는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이 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박물관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 관람객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소장품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박물관·미술관의 해석, 소통, 경험이 오늘날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원인이다.

 

 

 

 

 

 

 

 

빗살무늬토기, 박물관마다 시각이 다른 이유

 

 

 

 

 

 

기원전 5천 년 무렵 '빗살무늬토기'가 한반도에 등장했다. 

신석기 문화의 대표적인 유물인 이것은 오늘날에도 매우 중요하게 평가되며, 미술 교과서와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빗살무늬토기를 박물관마다 다른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술 작품이 평론가에 다라 해석이 다를 수는 있지만,  각각의 박물관에서 다른 시각으로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빗살무늬토기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몽촌역사관의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설명으로 그 차이를 살펴보자.

 

 

빗살무늬토기/ 좌) 국립중앙박물관, 우) 몽촌역사관

 

 

 

 

- 국립중앙박물관 : 덧무늬토기 이후에 등장한 것으로, 우리나라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여러 기하학적 무늬는 자연을 배경으로 살아간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토기는 서울시 암사동 집터 유적에서 출토된 것으로 겉면을 삼등분하고 각각 다른 무늬로 장식하였다. 토기 아래쪽에 뚫린 두 개의 구멍은 깨진 토기를 임시로 수리하여 사용했던 흔적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당시의 토기는 누구나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만드는 기술자가 따로 있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 몽촌역사관 : 전형적인 서해안지방의 뾰족 밑 빗살무늬토기이다. 아가리 부분에는 짧은 빗금무늬가 네 줄 베풀어져 있고, 그 아래에는 생선뼈 무늬가 세로 방향으로, 그 밑에는 가로로 베풀어져 있다. 이처럼 그릇의 부위별로 다른 무늬가 베풀어지는 것이 신석기시대 전기의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빗살무늬토기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신석기시대가 구석기시대와 구별되는 특징 중의 하나로 간석기와 함께 토기의 발명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토기들은 크기에 따라 음식물 조리용이나 저장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빗살무늬토기의 문양이나 만들어진 시기에 대해서는 비슷하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 유물을 '서울시 암사동 집터 유적에서 출토된 것'으로 서울에서도 이러한 역사가 있었으며, 더해서 '당시의 토기는 누구나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만드는 기술자가 따로 있었을 것'까지 추측하며 과거 이곳에 살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비춘다몽촌역사관이 바라보는 빗살무늬토기가 '신석기시대가 구석기시대와 구별되는' 역사적인 유물이라는 점에서 시각의 차이가 있다. 

 

 

 

 

박물관의 시각이 다른 이유는 '차별성' 때문이다. 

 

 

 

 

이는 1000여 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음에도 새로운 박물관을 건립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물관마다 유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야 한다. 유물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각을 바라보는 것, 박물관의 성격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박물관 · 미술관의 과제

 

 

 

 

좌) 서울역사박물관, 우) 본태박물관 @네이버

 

 

 

박물관은 ‘소장품을 수집하고 보존해서 연구하는 결과가 쌓이는 공간 ’이다.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양질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연구와 전시를 하는 학예사를 포함해서 에듀케이터와 보존 처리사도 박물관에서 꼭 필요하다. 박물관이란 전문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이자 기관이며, 건물/ 컬렉션/ 학예사(큐레이터)/ 관람객으로 구성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사람들은 박물관을 통해 무엇을 보고, 가져가길 바랄까. 대표적으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은 단지 유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다시, 빌바오의 예로 돌아가 보자. 빌바오 미술관을 오가는 관광객들과 같이 분위기, 건물, 공간의 구성에서도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우리는 박물관이라는 공간과 구성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유물의 해석을 통해 관람객들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어떠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그러한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함께 연결해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제공하는 경험과 관람객들이 가져가게 되는 것도 고민한다면 금상첨화이다.

 

 

현대사회는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시대이다. 삶의 질이 매우 중요해진 만큼 문화의 향유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런 시대에 박물관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박물관의 관람은 개인적인 행동에서 더 나아가, 그 전시를 공유했던 이들과의 공동체적 경험으로 연결된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그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박물관의 소장품을 통해 과거로부터 전달되는 삶의 방식을 관람객들에게 경험으로 제공하는 일은 앞으로의 과제이다. 

 

 

 

한 시대의 거울인 박물관, 앞으로의 과제를 우리도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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