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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Spoon

여름의 바다, 예술 작품으로 즐기기

2020.06.12

 

 

 

단원 김홍도, 가쓰시카 호쿠사이, 폴 고갱이 그린 삼색의 바다

 

 

 

 


 

 

 

 

 

한 순간에 다가온 무더위에 여름이 실감 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독 짧게 느껴진 봄의 탓인지, 눈 깜짝할 새에 여름이 다가왔다. 

봄을 잘 참으면 그 어느 때보다 유쾌할 여름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전염병은 참 질기게도 주위에서 배회하고 있다.

 

 

 

 

여름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마음에서인지, 최근 TV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혼성그룹 편이 반갑다. 속이 뚫리게 시원한 곡들과 화면 속에서 보이는 바다가 담긴 여름의 모습에 마음이 설렌다.

 

 

 

 

'바다'는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소재이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뜨거운 햇살, 물놀이와 파도.. 돌고 돌아도 결국 바다로 직결한다. 우리 선조는 바다를 어떻게 표현했으며, 가까운 일본과 그 시절 서양에서는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이번 칼럼에서는 바다를 즐기고픈 이들을 위해 [봄의 인상, 예술 작품으로 즐기기]에 이은 '여름의 바다, 예술작품으로 즐기기'로 풀어봤다. 비록 포털 사이트에서 '여름'의 연관검색어가 '여름 마스크'이지만 말이다. 

 

 

 

 

 

 

 

 

 

 

 

 

1. 여백으로 완성한 바다, 단원 김홍도

 

 

 

 

김홍도 <청명낭화도>, 간송미술관 소장

 

 

 

 

 

 

도화서의 화원이자 풍속화가인 김홍도는 당대 최고의 화가였다. 왕의 어진부터 서민의 생활상을 그린 여러 작품과 뛰어난 산수화와 풍속화의 작품들이 남아있다. 예리한 관찰과 디테일한 묘사로 표현한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그 시대와 함께 있는듯하다.

 

 

 

그렇다면 김홍도가 그린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실제 그가 바다를 볼 일이 많지 않았을 것이기에, 바다가 그려진 작품들이 어디에서 그려진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바다를 그리며 무언가를 꿈꿨던 것 같다.

 

 

 

<청명낭화도>는 화면의 중앙에 바다를 담은 작품이다. 안갯속에 가려진 바다의 모습을 특별한 기교 없이 먹과 담청색으로만 그렸다. 단순한 구도와 색감임에도 단조로움 보다는 화면에 꽉 찬 느낌을 준다. 심지어 작품 속의 여백까지 하나의 사물처럼 조화롭게 어울린다.

 

 

 

바다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작품에서 드러난 숨겨진 의미는 알 수 없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기재된 그의 이름 '홍도(弘道)'로 그의 생각을 짐작해볼 뿐이다.

 

 

 

 

 

좌) <낭구도>, 우) <좌수도해도>, 간송미술관 소장

 

 

 

 

 

 

왕래유저불승한(往來幽渚不勝閑)”
물가에 오락가락 한가로운 신세로다

 

 

 

 

 

 

그는 <청명낭화도>외에도 다른 작품들로 바다를 남겼다.

 

 

 

<낭구도>를 보면 바다, 암초, 새, 그리고 그의 의중을 짐작하게 하는 '왕래유저불승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청명낭화도> 속의 안개가 걷어지면서 암초가 드러난 느낌인데, '물가에 오락가락 한가로운 신세'가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낭구도>속의 새, 김홍도 그 자신, 혹은 그가 바라는 세상일지, 작품을 바라보며 유추해본다.

 

 

 

또 다른 작품인 <좌수도해도>는 바다 위에서 졸고 있는 한 인물을 그렸다. 평화롭고 편안한 느낌까지 주는데, 아직 바다로 온 사실을 모르는 듯 곤히 잠들었다. 그를 다독이는 바다가 어쩐지 침대처럼 포근하다.

 

 

 

 

 

 

 

 

 

2. 인상주의에 영향을 준 바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쓰시카 호쿠사이 <후카쿠 36경: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 , 도쿄국립미술관 소장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를 손꼽으라면 가쓰시카 호쿠사이를 빼놓을 수 없다.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그림에 미친 노인'이라는 뜻의 '가교로진 호쿠사이'로도 종종 불린다. '있는 곳에 물들지 말 것'을 좌우명으로 다양한 화풍의 시도만큼이나 자신의 호도 30회 이상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회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했던 노력은 '그림에 미쳤다'는 말이 납득될 정도이다. 당시 그의 과감한 시도가 담긴 그림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그림 스승으로부터 파문을 당했지만 말이다.

 

 

 

 

 

 

나의 선생님은 자연뿐이다
-가쓰시카 호쿠사이

 

 

 

 

 

 

<후카쿠 36경: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를 보면 거센 파도의 뒤로 저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파도는 선명한 선과 여러 푸른색으로 묘사되었는데, 어찌나 거센지 항해하는 배를 집어삼킬 듯하다.

 

 

 

호쿠사이와 김홍도의 바다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여운이 있는 김홍도의 바다에 비해 호쿠사이의 바다는 강렬하다. 김홍도의 작품이 파스텔로 그린 느낌이라면, 호쿠사이의 바다는 컴퓨터로 인쇄한 것 같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바다를 담은 두 대가의 예술세계가 존경스럽다.

 

 

 

공교롭게도 호쿠사이의 바다는 당시에 많은 조롱을 받았다. 파도가 이런 모양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조롱의 대상이었던 그의 파도는 저 멀리 바다를 건너 예술의 중심지였던 프랑스에 도착했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좌) 가쓰시카 호쿠사이 <붓꽃과 메뚜기>, 기메 국립아시아 미술관 소장, 우) 빈센트 반 고흐 <탕기영감의 초상>, 파리 로댕미술관

 

 

 

 

 

 

 

 

그는 일생동안 3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그중 몇 작품들이 바다를 건너서 프랑스에 도착한 것인데, 우키요에를 본 많은 인상주의 예술가들에게는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상주의에서는 '카메라, 튜브 물감, 일본의 판화'의 영향이 종종 언급된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일본의 판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목판화로, 그 당시 파리 예술가들의 작품세계와는 매우 달랐다.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책 대본 가게에서 일하며 일본에서 유행하던 우키요에를 익혔다. 우키요에란 목판화의 제작 기법이다. 풍부한 색감과 선명한 선, 원근법과는 다른 평면적 구성이 특징이다. 서양사람들에게는 매우 신기한 작업이었지만, 당시 일본의 일반 대중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키요에[ Ukiyo-e, Ukiyoe, 浮世(부세회)]: 일본 에도시대 서민 계층 사이에서 유행하였던 목판화이다주로 여인과 가부키 배우명소의 풍경  세속적인 주제를 담았으며유럽 인상주의 화가들을 중심으로 유행한 자포니즘(Japonisme) 영향을 주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빈센트 반 고흐의 <탕기영감의 초상>을 보면 탕기 영감의 뒤로 일본의 목판화가 보인다. 반 고흐 역시 우키요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지는데, 그가 목판화로 바라본 일본이 어떤 모습일지 작품에서 새삼 느껴진다. 

 

 

 

 

 

 

 

 

 

3. 따사로운 햇살이 담긴 바다, 폴 고갱

 

 

 

 

 

폴 고갱 <해안 I>, 글립토테크 미술관 소장

 

 

 

 

 

폴 고갱은 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이다. 화가가 되기 전에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데, 그중 하나가 배를 타며 세계 여러 곳을 다녔던 도선사이다. 이 경험은 그가 훗날 우중충한 파리를 떠나 문명이 깃들지 않은 도시에 정착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그 덕분에 고갱은 그만의 낙원을 찾으며 예술세계를 완성했고,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폴 고갱의 작품은 유독 따뜻하고, 평화로우며, 때로는 강렬하다. 그의 작품 <해안 I>은 세밀하거나 구체적인 묘사 대신에 조화로운 색감을 사용했으며 전체적으로 따스하다.  이 작품은 1891년에 타히티로 떠나기 전에 그린 작품으로, 저 멀리 보이는 바다가 이전 두 대가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잔잔하다.

 

 

 

 

 

 

 

<해변의 말 타는 사람들>, 좌) 폴크방 미술관 소장, 우) 스타브로스 니아르코스 컬렉션 소장

 

 

 

 

 

 

그는 여러 도시를 오가며 작업을 했다. 대표적으로는 예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와 뜨거운 태양의 타히티이다. 타히티의 생활은 그에게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가난과 고독을 주었다. 경제적인 문제로 파리로 돌아왔지만, 가족과의 관계에 지쳐 다시 타히티 섬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 후 타히티 보다도 덜 문명화된 마르키즈제도의 히바오아섬에서 <해변의 말 탄 사람들>을 그리며 정착했다.

 

 

 

 

<해변의 말 타는 사람들>은 두 작품이 있는데, 모두 뜨거운 햇살과 큰 물살의 파도가 실감 나게 그려진 작품이다. 문명을 타지 않은 원시 그대로를 희망했던 고갱과,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사람들에 저 멀리 보이는 바다도 반가워진다. 태양이 얼마나 뜨거웠던 것일까. 뜨거운 햇살에 핑크빛으로 물든 땅을 시원한 파도가 저 뒤에서 감싸 안으려고 한다. 전체적인 느낌은 마치 한 장의 사진으로 촬영한듯하다. 달리는 말의 묘사와 화면 속에서 그를 바라보는 인물이 재미있다. 

 

 

 

이렇게 단원 김홍도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바다를 주제로 그렸다면, 고갱은 배경이자 그의 심경을 대변한 요소로 바다를 그렸다.

 

 

 

 

 

 

작품들을 바라보니, 너무나 당연하게 갈 수 있었던 바다가 새삼 그리워진다.

미술 작품으로나마 한 계절을 바라보며 반가워할 뿐이다.

 

 

 

곧 다가올 가을에는 코로나 19가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작품으로 계절을 위로하는 것이 아닌, 그 계절을 더 풍부하게 해 줄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모두들 건강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예술을 즐기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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