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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Spoon

우리나라 미술의 백미, 수월관음도

2020.06.19

 

 

 

 

 


 

 

 

 

 

「고려불화대전- 700년 만의 해후」 @국립중앙박물관

 

 

 

 

 

 

2010년 10월 12일,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고려불화'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700년 만의 해후를 가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한 특별전, '고려불화 대전-700년 만의 해후'를 통해 전 세계에 흩어진 고려불화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전시는 종교를 막론하고 각종 매체에서 심도 있게 다뤄졌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의 약 2년여간의 노력 끝에 성사된 전시로 기록되었다.

 

 

 

 

현존하는 고려 불화 160여 점 중에서 국내에는 약 10여 점만 있다. 그마저도 국내 유명 사립 미술관에서 국외 매입으로 환수한 것이 대부분이며, 상당수의 고려불화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다. 국가로는 일본에서 130여 점을 소장하며 가장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고려불화대전'에서 일본 소장처의 협조는 매우 중요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사는 전시 관련 인터뷰에서, '일본의 정서상 한국에 고려불화를 빌려주면 돌려받을 수 없다는 걱정으로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고려불화대전'은 고려불화 60여 점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전무후무한 전시로 평가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외국인 소장자들을 설득했으며, 대여한 곳의 수는 총 44군데였다. 해당 전시에는 아미타불도, 석가모니불도, 지장보살도와 같은 다양한 고려불화들이 소개되었으며, 이와 함께 도록에서도 불화의 문양과 제작 기법에 대한 안내로 이해를 도왔다.

 

 

 

 

 

'고려불화대전'에서 인기는 단연 '수월관음도'였다. 

수월관음도란, 『화엄경』 「입법계품」의 내용을 토대로 자비를 베푸는 관음보살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국내 미술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매우 귀한 작품이다. 마치 전시의 꽃처럼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수월관음도>, 일본 단잔진자 소장

 

 

 

 

 

 

 

특히 일본 단잔진자(談山神社)의 수월관음도가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화엄경』 「입법계품」의 내용과 『법화경』 「관음보살보문품」의 내용을 한 화면에 그린 흔치 않은 작품으로, 작품의 상태도 다른 수월관음도에 비해 매우 좋았다. 관람객들은 수월관음도에 넋을 빼앗기면서도, 동시에 이 작품과의 기약 없는 이별에 안타까워했다.

 

 

 

 

전시가 끝난 후 고려불화는 다시 전 세계로 돌아갔다. 그러나 전시의 여운은 꽤 길게 남았다.

 

 

 고려불화를 종교미술 이전에 우리나라 미술의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여러 사람들을 통해 그 아름다움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고려불화대전'으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지금, 그 아름다움을 다시 회상해본다. 고려불화대전이 남긴 우리 전통미술의 아름다움, <수월관음도>와 함께 살펴보자.

 

 

 

 

 

 

 

 

 

수 월 관 음 도

 

 

 

 

<수월관음도>, 교토 센오쿠하쿠로칸 소장

 

 

 

 

 

 

 

 

“고되고 지루한 여행 끝에 보타락가산에 이른 선재동자는 지체 없이 관세음 대보살의 처소를 찾아갔다. 관세음보살은 산 서쪽 시냇가에 온갖 기이한 나무와 가지가지 향기로운 풀이 우거진 가운데 높다랗게 놓여 있는 금강 보좌 위에 가부좌를 맺고 않아 한량없이 많은 보살들에게 법을 설하고 계셨다.”

 

-『화엄경』 「입법계품」

 

 

 

 

 

 

 

수월관음도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관음보살'을 그린 작품이다. 여기에서 관음보살이란, 자비를 베풀기 위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해서 중생 앞에 나타나는 보살이다. 그 관음보살을 그린 수월관음도는, '자비가 물에 비친 달처럼 멀리 퍼져서 중생에게 깨우침을 준다'는 해석을 갖고 있다.

 

 

 

 

『화엄경』 「입법계품」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면, 수월관음도의 공통적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보타락가산'과 '선재동자', '관세음보살', ‘시냇가', '나무와 가지가지 향기로운 풀', 그리고 '가부좌'로 앉은 모습 등을 작품 속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수월관음도 속의 관세음보살의 배경은 '보타락가산'이다. 보타락가산은 '인도의 남쪽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상상의 산'으로, 작품에서는 뭉툭하면서도 금빛이 나는 바위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관세음보살은 보타락가산의 바위에 비스듬하게 걸터앉아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올리며 가부좌 자세를 취했다. 

 

 

 

 

관음보살의 눈은 가늘고 길게 그려져 있다. 시선을 따라가니 좌측 하단의 '선재동자'가 보인다. 선재동자는 두 손을 모으고 관음보살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크기가 매우 작다. 

 

 

 

 

 

 

 

<수월관음도> 부분도

 

 

 

 

 

 

 

 

선재동자는 신라시대에서 여러 젊은 이들의 귀감이 된 인물로, 작품 속에서는 한쪽 발을 꿇고 앉아서 관음보살을 올려보고 있다. 관음보살을 바라보며 어떠한 것을 소망하는 중인지 표정과 동작에서 궁금해진다.

 

 

 

 

선재동자의 앞으로는 시냇가의 물이 흐르고, 그 물에서는 연꽃이 피어났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인데 고상한 기품과 청정함을 뜻한다. 부처의 진리를 담고 있어서 불화에서도 종종 등장하며, 수월관음도에서도 관음보살이 피어난 연꽃에 발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의 『화엄경』 「입법계품」의 글귀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작품 속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대표적인 특징으로 '대나무'와 '정병'이 있다. 대나무는 관음보살의 어깨너머에 그려져 있는데, 온라인상의 이미지에서는 어둠에 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병은 대나무의 아쉬움을 달랠 만큼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국보 제92호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국립중앙박물관 소장)과 수월관음도 부분도

 

 

 

 

 

 

 

정병은 고려시대의 대표 금속 공예품의 하나로 동근 어깨의 곡선미가 특징이다. 불교에서는 정병에 감로수가 들어있어, 모든 중생들의 목마름과 고통을 덜어준다는 의미로 관음보살의 상징품이기도 하다. 수월관음도에서도 중생들을 위한 정병이 자비로운 관음보살의 인상처럼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있다.

 

 

 

 

이렇게 수월관음도에서는 관음보살을 상징하는 지물과 여러 대표 특징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수월관음도를 실제로 보면 온화한 표정과 지물뿐만 아니라,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사라(투명하고 얇은 비단)와 그 안의 문양, 그리고 장신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찌나 정밀하게 표현되었는지, 그 시대의 예술의 수준에 감탄할 정도이다.

 

 

 

 

 

 

좌) 수월관음도 확대도, 우) 고려불화대전 도록의 부분도

 

 

 

 

 

관음보살은 사라를 머리에서부터 발 끝까지 덮고 있다. 사라는 오늘날의 시스루처럼 피부의 색이 그대로 비칠 정도이다. 사라의 외곽선은 비교적 굵은 선으로 그려져 있는데, 가까이 보니 금선 같기도 하다. 사라의 문양 또한 매우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다. 하나하나 곱게 놓은 수에서 그 위엄이 느껴진다. 

 

 

 

 

화려한 의복 위에는 여러 장신구들이 달려있다. 이 장신구는 옷뿐만 아니라 머리와 목걸이, 양 팔의 팔찌까지 곳곳에 있다. 장신구는 연꽃과 구슬로 그려져 있는데, 비교적 통일된 색상에 아름다움을 배로 증폭시킨다.

 

 

 

 

 

 

수월관음도, 일본 도쿄 천초사 소장/ 우) 고려불화대전 도록의 부분도

 

 

 

 

 

대부분의 수월관음도 속의 관음보살은 이렇듯 가부좌를 튼 채 달을 닮은 큰 광배 안에 있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이러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물방울 수월관음'으로 더 유명한 일본 도쿄 천초사 소장의 <수월관음도>는 다른 수월관음도의 모습과 차이가 있다.

 

 

 

 

작품을 바라보니, 왼손에는 물병을, 오른손에는 버드나무 가지를 잡고 있다. 관음보살은 연화좌를 밝고 올라서있는데, 좌측 하단에 있는 선재동자가 반갑다. 비록 자세는 달라졌지만 투명한 사라와 장신구, 그리고 길고 가늘게 뜬 눈과 내려다보는 모습까지 수월관음도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정확한 연대는 없으나 작품 수준이 매우 높으며, 승려 화가인 혜허가 그린 것으로 알려지는 작품이다.

 

 

 

 

 

 

 

 

수월관음도, 일본 사가현 경신사 소장

 

 

 

 

 

 

 

이렇듯 수월관음도는 정밀한 묘사와 편안한 색감과 자세, 그리고 관음보살의 의미를 표현한 모습에서 국적을 막론하고 사랑 받는 우리의 전통미술 중 하나이다. 불교미술 관련된 전시는 이후에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전세계의 고려불화를 모은 전시는 이후 만날 수 없었다.

 

 

 

 

예전에 프랑스 여행 중 기메 미술관(Musée Guimet des Arts Asiatiques )에 있는 수월관음도를 보고 매우 반가웠던 적이 있다. 고고하게 자리 한켠을 지키며 우리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반가우면서도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는 우리의 고려불화가 세계 곳곳에 흩어져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이 담긴 문화재는 분명 고려불화뿐만이 아니다. 선조들이 물려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 훗날 다시 마주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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