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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Spoon

세상을 뒤집은 영국의 현대미술 [Part 2]

2020.07.14

 

 

 

 

 

 

 

 

 

아트 컬렉터 찰스 사치, 그가 불러일으킨 바람

 

 

 

 

 

 

 

 


 

 

 

 

 

 

 

 

 

 

찰스 사치 @JAMES KING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1943~)는 이라크 출신의 광고 재벌이자, 영국의 현대미술작품을 컬렉팅 하는 아트 컬렉터이다. 그도 다른 컬렉터와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작가를 지지하며, 작품을 구매하고 되팔고 있다. 그런데 유독 그의 컬렉팅은 주목을 받는다.

 

 

 

 

 

그가 처음으로 구입했던 작품의 작가는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Sol LeWitt, 1928~2007)이다. 26살에 첫 컬렉팅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주로 미국과 이태리 작가의 미니멀리즘 작품을 선호했다. 이어 미니멀리즘을 다루는 런던의 갤러리를 후원했고, 그가 설립한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의 초기 작가들도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가들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데미안 허스트를 만나서 컬렉팅의 변화를 겪었다. 이후 데미안 허스트와 마크 퀸 등 영국의 젊은 예술가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으며,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컬렉터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컬렉터 이전에 사업가였다. 자신의 능력인 마케팅을 컬렉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사치갤러리로 컬렉팅 한 작품을 선보이거나 해당 작가의 전시를 열어주며 무명 작가를 단숨에 주목 받게 만들기도 했다. 이는 곧 작품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더 나아가 20세기 현대미술에서 매우 막강한 위력을 선보였다.

 

 

 

 

 

따라서 그의 작품 구매는 늘 이슈였다. 이미 유명해져서 가격이 높은 작가의 작품 대신, 자신의 안목으로 판단한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들의 작품을 높은 가격에 구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작품은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호기심을 이었고, 이렇게 해당 작가의 인지도가 올라갔을 때 작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에서 미술업계의 비판을 받았는데, 미술의 가치가 아닌 작품의 가격을 무분별하게 높인다는 이유에서 였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의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데미안 허스트 @PA

 

 

 

 

 

 

 

그가 후원하는 YBA는 이전과는 다른 현대미술 그룹이었다. 그들은 매 순간 작품으로 미술업계에 놀라움과 감탄, 그리고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사회 이슈와 그들의 철학을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거침없이 담아냈으며, 그들의 작품은 곧 예술에 대한 개념을 확장시켰다. 

 

 

 

 

 

그들 중 찰스 사치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를 눈여겨봤다. '미술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데미안 허스트는 찰스 사치의 지지를 받으며 1980년 후반에 급부상한 작가이다. 동물의 사체를 방부제 용액에 담가서 전시를 하거나, 물감을 덧씌운 죽은 나비로 작품을 완성하는 등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작품 활동으로 주목 받았다. 

 

 

 

 

 

그가 1991년 런던의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은 개념미술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그의 인터뷰에 의하면 원래 이 작품은 상어를 그리려다가 진짜 상어를 써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당시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찰스 사치에게 아이디어 스케치만을 들고 찾아갔고, 찰스 사치가 후원해준 5만 파운드(약 1억 원)로 작품을 완성했다. 양 옆이 보이는 투명한 유리관에 갇힌 상어를 통해서 삶과 죽음을 표현한 작품인데, 죽은 상어가 가라앉지 않도록 뱃속에 모터를 장착해서 끊임없이 헤엄칠 수 있도록 설치했다. 데미안 허스트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짜 미친 짓'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당시 '윤리'를 내세운 비판과 '예술작품 표현의 확장'으로 바라본 극찬을 동시에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뒤이어 파리와 뉴욕에서도 개인전을 열게 되었으며, 이후 베니스 비엔날레와 터너 프라이즈 수상까지 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란 한 해 동안 영국 현대미술에 기여한 바가 가장 큰 작가를 선정하여 수상하는 제도로, 영화제처럼 매년 생중계를 하며 영국 사회 전체가 즐기는 축제이자 세계 예술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자리이다. 영국이 자국민들에게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수상자는 높은 상금을 받으며 미술계의 입지를 굳힌다. 주로 찰스 사치에 의해 후원 받는 YBA의 다른 작가들이 터너 프라이즈 후보에 올랐다.

 

 

 

 

 

 

 

 

 

 

 

트레이시 에민 <나의 침대(My Bed)>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1963~)은 비록 터너 프라이즈를 수상하지 못했지만, 당시 수상자보다 더 높은 관심을 받았던 YBA의 멤버이다. 설치와 사진, 회화, 텍스트, 비디오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렸을 적의 상처를 예술로 벗어나는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그녀는 자신의 사생활을 예술작품에 그대로 드러내며 주목을 받았는데, <나의 침대>는 대중에게 그녀를 각인시킨 대표 작품이다. 

 

 

 

 

 

흐트러진 침대와 속옷, 피임용품, 쓰레기와 담배꽁초는 실제 그녀의 집에서 그대로 옮긴 물건이었다. 그녀는 가장 드러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을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현대 미술상에 '작품'으로 출품했다. 그녀의 작품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라고 표현을 할 정도로 충격을 주었고, 전시회 기간 동안 두 명의 중국인 청년이 침대 위에서 뛰어 노는 모습이 화제가 되며 더 유명해졌다. 이후 그녀는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작품의 제목은 <네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여기서 날 떠나지 말아 달란 말이었어(The Last Thing I Said to You Is Don't Leave Me Here)>, <내가 원하는 것은 사랑이야(Love is what you want), <넌 내 영혼을 건드렸어(You touch my soul)> 등이었다. 계속해서 그녀의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자신의 소신과 경험, 그리고 철학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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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퀸 <self>

 

 

마크 퀸(Marc Quinn, 1964~)도 YBA의 멤버이자 영국의 대표 현대미술가이다. 골드스미스 출신은 아니지만 스타 영국 작가의 반열에 오르면서 YBA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생명과 죽음에 관심이 많았다. 갓난 아들의 두상을 아기의 태반으로 만들어서 얼린 작품을 만들었고, 태아가 기도하는 모습을 해골 모양으로 빚기도 했다. 그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자신의 피로 만든 자화상인 <self> 시리즈였다.

 

 

 

 

<self>는 작가 자신의 머리로 조형을 만들어서, 몇 개월간 채취한 혈액으로 완성시키는 작품이다. 이때 사용되는 혈액의 양은 약 4.5L 정도이다. 그의 작품은 냉동 장비에서 보관되며 해당 장치가 꺼지면 피가 녹아서 사라져 버리는 다소 기괴한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치 갤러리에 있던 <self>는 관리인의 실수로 냉동 장비의 코드가 뽑혀서 일부가 녹아져 버리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스토리 덕분에 <self>는 더욱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찰스 사치가 있었다. 그는 재능 있는 젊은 미술가들의 작품을 컬렉팅 했고, 어느덧 그의 손을 거쳐간 작가들의 작품은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그가 구입했다고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따라 사는 사람들도 등장할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곧 예술계의 파장으로 일어났다. 

 

 

 

 

 

 

 

 

 

 

@The New York Times, March 12, 1993, Section C, Page 18

 

 

 

 

 

 

 

'Such sprees are nothing new for Mr. Saatchi. But just as fast as he buys many works by a single artist, he has been known to sell them, sending prices on a rapid roller-coaster ride. This fickle behavior is a subject of great interest to gallery owners, artists, auction-house experts and collectors, who keep close tabs on Mr. Saatchi's dealings because he has been known to inflate an artist's reputation and then deflate it in short order, all single-handed. For example, in the 1980's Mr. Saatchi bought, in bulk, the work of the Italian artist Sandro Chia, and then, shortly after, he sold the work and Mr. Chia's prices tumbled. They have never quite recovered'

 

 

 

 

 

 

실제 뉴욕타임스의 기사(1993.3.12)에는 그의 컬렉팅을 갤러리의 관계자, 예술가, 경매사, 컬렉터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기재되어있다. 기사에서는 그의 컬렉팅을 소개하며 '롤러코스터'를 비유하기도 했는데, 한 작가의 작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평판을 부풀린 후 빠르게 비싼 가격에 되판다는 것을 의미하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한 작가의 작품들이 그가 되판 후 폭락했고, 현재까지 작품 가격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따라서, 그의 컬렉팅은 양날의 검이 되었다. 그는 무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자신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게 해서 이슈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여러 무명의 작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언급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다시 작품을 되팔면서 몇 십배의 이윤을 남겼고 이는 훗날 작품 가격이 폭락하는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위의 기사 마무리에는 이러한 쓸쓸한 현실을 내비쳤다. 한 미술업계의 관계자는 'It's a slight worry. But his input is vital, since no one else is buying right now(그가 구매한 작품들을 빠르게 되팔 것이 걱정되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구매하지 않는 작품이기에 그의 컬렉팅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한 것이다. 이 문구를 통해 찰스 사치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행동이라도 필요한 미술업계의 현실이 드러났다.

 

 

 

 

 

 

 

 

 

 

 

 

"나는 다만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형상화하여 삶을 찬미하고 싶었을 뿐이다.

죽음의 상징을 사치, 욕망, 타락의 상징으로 포장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

 

 

-데미안 허스트

 

 

 

 

 

 

 

 

 

 

데미안 허스트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오랜 시간 미술은 아트 컬렉터와 함께 했다.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을 일컫는 아트 컬렉터는, 왕족과 귀족에서 재벌과 같은 특정 층을 넘어서 이제는 대중들까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해진 현대사회에서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예술을 향유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즐기는 것이다.

 

 

 

컬렉터가 작품을 구매함으로써 작가는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림을 잘 보관해서 세상에 선보인 덕분에 잊힌 예술가를 떠올리기도 했고, 하나의 역사를 만들면서 컬렉터란 단순하게 그림을 구매하고 소장하는 사람의 의미에서 확장되었다.

 

 

 

그리고 찰스 사치는 직접 이러한 역사를 쓰고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그의 컬렉팅은 미술품 가격을 무분별하게(비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움직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여러 사람들은 '작품 가격'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는 데미안 허스트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의 행동을 ‘도덕적 잣대’로만 평가해야 한다면 그로 인해 우리가 깨달은 ‘예술의 확장’과 ‘새로운 예술의 역사적 가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05년도 국내 기사에 의하면,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은 미국의 컬렉터에 의해 140억 원에 팔렸다고 알려졌다. (뒤이어 기록된 내용은 사치 갤러리가 13년 동안 소장 후 140배의 수익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의 컬렉팅은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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