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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Spoon

알고 보면 매우 쉬운 미술의 기본 원리

2020.08.12

 

 

 

 

 

 

 

 

 

점·선·면으로   작품 이해하기

 

 

 

 

 

 

 

 

 

 


 

 

 

 

 

 

 

 

 

 

 

미술학원에서 '그림 그리기'를 배울 때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선'연습이다. 가로선, 세로선, 그리고 사선까지 수행하듯 선으로 종이를 꽉 채운다. 선 연습이 끝나면 그 다음은 '면'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원기둥, 직사각형 등 선의 방향과 명암으로 면을 구분하는 것을 배운다.

 

얼핏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나 알고 있는 선을 종이에 가득 채우고, 면을 이해하기 위해 원기둥을 그리는 것이 왜 미술의 기초단계일지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 작품은 대부분 '점, 선, 면'으로 이뤄진 것이다. 마치 숫자를 익히고 덧셈 뺄셈의 원리를 이해한 후 수학의 공식에 접근하듯, 점·선·면의 '조형요소'를 이해하면 형태·색채·질감·명암 등 미술의 공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르네 마그리트 <데칼코마니>

 

 

 

 

 

 

 

예를 들어 르네 마그리트의 <데칼코마니>를 바라보자. 이 작품은 중절모를 쓴 한 인물이 대칭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기본 조형 단위인 점이 선과 면으로 매끄럽게 이어졌으며, 선의 역할 덕분에 두 인물이 대칭을 이루는 데칼코마니로 표현되었다. 선이 모여서 이룬 면은 각자 다른 것을 담고 있다. 왼쪽은 중절모를 쓰고 정장을 입었으며, 오른쪽은 뻥 뚫려서 바다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렇듯, 점·선·면을 이해하는 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시작이다. 때로는 이 세가지로만 작품이 구상되기도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점·선·면의 이해를 통해 미술의 기본 원리를 알아보고 관련 작품들을 살펴보자.

 

 

 

 

 

 

 

 

 

 

 

 

 

 

 

 

 

''이란 형태를 구성하는 최소의 단위이다. '당연히 아는 것'이라며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점을 빼고 그림을 설명하는 것은 숫자를 빼고 수학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그림에 있어서 절대 뺄 수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점이 모여서 이후 설명할 선과 면이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회화 작품이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점'은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냈는데, 점 또는 점과 유사한 터치로 묘사하는 회화 기법의 용어를 '점묘법'이라고 부른다.

 

 

 

 

 

 

 

 

 

조르주 쇠라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와 부분 확대도

 

 

 

 

 

 

 

 

점묘법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프랑스의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Georges-Pierre Seurat, 1859~1891)이다. 그의 대표작품인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수만 개, 혹은 수십만 개의 점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1884년부터 약 2년에 걸쳐서 제작되었으며 작품의 크기는 207X308cm로 큰 편이다. 프랑스의 그랑드자트섬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을 화폭에 담았으며 붓터치가 아닌 점을 통해서 작품을 완성했다. 당시 일반 시민을 대형 작품으로 그린 작품은 흔치 않았기 때문에 그의 구상과 기법이 모두 주목을 받았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점으로 모든 것을 묘사를 했기 때문에 인물의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다. 실제 그는 야외에서 스케치를 한 후 실내로 들어와서 작업을 이어갔는데, 당시 이 작품을 위해서 약 40번의 스케치를 할 만큼 철저하게 구상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점은 주로 원색이었는데, 색이 다른 원색을 교차해서 찍으면서 빛과 색을 만들어갔다. 같은 점이라도 빛의 흐름에 따라 다른 색이 교차되었고, 카메라의 렌즈처럼 정확한 색을 선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작품을 바라보는 거리와 위치에 따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곧 점묘법으로 그려진 다른 작품들의 매력이기도 하다.

 

 

 

 

 

 

 

 

 

쿠사마 야요이와 그녀의 작품 @New York Botanical Garden, nybg.org

 

 

 

 

 

 

 

 

오늘날 점으로 가장 유명한 작가로 '땡땡이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1929~)이다. 조르주 쇠라와는 다르게 점을 하나의 문양과 같이 작품에 녹였고, 이러한 반복되는 점은 그녀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불리며, 크고 작은 검은색 점들이 그려진 그녀의 시리즈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점을 그리게 된 계기로는 그녀의 질환 때문이었다. 강박신경증이라는 어떠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되풀이하는 병을 앓고 있었는데, 병의 치료를 위해 의사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본래 미술에 소질이 있던 그녀는 이후 뉴욕으로 건너가서 전시를 열었고, 점으로 표현한 그녀의 미술 세계는 세계적인 각광을 받게 되었다. 당시 미국 미술의 중심에 있던 앤디 워홀 등 굵직한 예술가들과 교류를 하며 작품세계를 펼쳤고, 현재는 일본으로 돌아와서 작업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란 점의 연속으로 이뤄진 형태를 만드는 기본 요소이다. 선은 다시 직선과 곡선으로 나눠지며, 이 외에도 굵기나 색상에 따라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어떤 선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작품의 기법이나 작가의 의도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선을 매일 접한다. 글자와 나를 표현하는 사인도 선이며, 창틀과 휴대폰의 외곽선 등 모든 것은 선으로 형태가 이뤄져 있다. 작품을 설명할 때 많이 사용하는 단어도 '선'이다. '이 작품은 굵은 선으로 이뤄져 있고, 거칠고, 선이 없고, 선으로만 그려졌고..'등 선만 이해해도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선으로만 그려진 작품을 '선묘법'이라고 부르며, 전통회화와 현대미술에서 그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김홍도 <도선도>

 

 

 

 

 

 

 

 

김홍도(1745~?)의 <도선도>를 바라보자. 이 작품은 색을 최소화하고 선의 굵기와 농도에 따라 인물과 풍경이 완성되었다. 붓으로 찍은 점이 모여서 나뭇잎이 되었고, 나뭇가지는 산기슭보다 얇고 밝은 선이다. 그 아래로 세명의 인물이 배를 타고 유유자적 이동하고 있다. '유유자적하다'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물결이 약하기 때문에, 김홍도는 이를 단조롭고 연한 곡선으로 표현했다. 생각해보자. 만약 물결의 굵기와 색이 바위의 색과 동일하다면 평화로운 분위기 대신, 무언가 거칠고 위험스러운 상황을 유추했을 것이다. 

 

 

 

 

 

이렇듯 <도선도>에서 선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작품의 분위기를 선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선의 농도에 따라 물질의 질감을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직접 만져보지 않아도 바위가 물결보다 단단한 질감을 가졌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키스 해링 <천국과 지옥의 결혼>

 

 

 

 

 

 

 

 

개인적으로 '선'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작가는, 다른 글에서도 종종 언급했던 키스 해링(Keith Haring, 1958~1990)이다. 뉴욕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그는 선의 굵기와 모양으로 대상의 형태를 만들고 자신의 의도를 표현했다. 그래피티가 스프레이를 사용해서 벽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니 만큼 선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 것이다.

 

 

 

 

 

<천국과 지옥의 결혼>을 보면 가운데에 굵은 선을 사용해서 손을 그려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주위로는 손에 비해 얇은 선이 형태를 이루며 가득 찼다. 춤을 추듯 율동하는 인물들과 응시하는 시선, 어쩔 줄 모르는 동작도 보인다. 형태, 율동감, 시선의 방향 등 작품 속 모든 것을 선으로만 표현한 것이다.

 

 

 

 

 

 

 

 

 

 

 

 

 카우스와 그의 작품 , @Partners Media

 

 

 

 

 

 

 

때로는 작품 속의 선이 시그니처가 되기도 한다.

 

 

아트토이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21세기의 앤디 워홀 카우스(Kaws, 1974~)는 캐릭터의 눈에 'X'를 그려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 역시 키스 해링처럼 그래피티로 작업을 시작했으며, 이는 그의 모든 작업의 기반이 되었다. 강하게 두 선으로 그은 X선이 그의 시그니처가 된 것이다. 그의 여러 작품들이 선 외에도 면과 입체감 등 다양한 요소를 지녔지만, 많은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각인되는 건 거칠게 두 번 그은 선이다. 많은 이들이 캐릭터의 눈과 손발 등에 그려진 X로 그를 인지할 만큼 선은 그에게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란 선의 연속으로 이뤄진 사물의 질감과 입체감을 표현하는 요소이다. 면에 따라서 거칠거나 부드러운 질감을 나타낼 수 있으며,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서 입체감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색으로만 칠해져 있는 작품을 두고 '원근감이 뛰어나다'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색종이가 연상되는 작품에 '평평하다, 혹은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등으로 이야기한다. 면은 선으로 이뤄져서 하나의 색을 이루기도 하는데,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면의 표현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품을 바라볼 때 '빛을 받아서 이쪽 면이 밝고, 면이 단조롭고, 면이 거칠며..'등 면에 따라서 빛의 방향과 사물의 입체감, 그리고 질감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점과 선처럼 '면'만 그린 작품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 과거보다는 현대미술에서 '면'으로만 그려진 그림을 접하기 쉬운데, 색과 면으로만 그려진 작품을 '색면화'라고 부른다. 

 

 

 

 

 

 

 

 

 

 

 

 

마크 로스코

 

 

 

 

 

 

 

 

 

색면화의 대표화가로는 러시아 출신의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가 있다. 그는 색으로 예술의 깊이를 표현한 비운의 천재화가이다. 그는 면(색)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형태를 배제한 채 면으로 그려진 작품을 보며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고, 이는 곧 성공의 길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면으로만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여느 화가들처럼 초기에는 작품에서 선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그의 모든 생각을 바꿨다. 그는 전쟁에 큰 충격을 받았고, 모든 것이 파멸된 현실세계처럼 그림에서도 '형태'를 사라지게 했다. 당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온 유럽의 예술가들이 주를 이뤘는데, 그는 그들 사이에서 색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해갔다. 형태가 배제된 그의 작품은 결국 그를 우뚝 솟게 했으며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윤형근

 

 

 

 

 

 

 

 

한국 단색화의 거목 윤형근 화백(1928~2007)도 최소화된 색과 면으로 구성된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를 보면 여러 차례 겹쳐서 만들어진 면을 볼 수 있다. 작품 속의 대상은 오직 청색과 암갈색으로 그려진 면의 번짐과 농도만으로 완성되었다. 청색은 하늘, 암갈색은 땅을 뜻한다고만 알려졌을 뿐 이 외에 구체적인 형상이나 작품의 의미하는 바는 보는 이에게 넘겨졌다. 

 

 

 

 

그의 작품 역시 선으로 만들어진 형태감이 배제된 채 오롯이 면으로만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오히려 배제한 형태감 덕분에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으로 깊은 울림을 받고 있다. 그가 느꼈을 시대상의 아픔과 고통이 작품 속 채워진 '면'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아파하는 것이다. 

 

 

 

 

 

 

이렇듯 점, 선, 면은 작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자, 동시에 그 자체로도 작품이 될 수 있다. 이 세가지만 정확하게 이해해도 작품을 바라보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이유이다. 아니, 오히려 전문가보다 더 디테일한 설명까지 이어갈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다시 작품을 바라보자.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여러 굵은 선이 겹쳐서 그려진 것이다. 밀밭의 앞모습은 솟아오른 느낌처럼 세로의 노란 선으로 그려졌으며, 길은 방향에 따라 갈색의 사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늘은 비가 내리듯 아래로 향하는 푸른 선으로 그려졌는데, 밀밭의 빳빳하게 솟은 질감으로 봤을 때 비가 내리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이러한 선의 방향으로 작품이 전체적으로 거친 면의 느낌이며 때로는 어지럽다. 고흐의 작품은 실물로 확인해야 감동이 배가 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굵게 칠한 선이 주는 거친 면의 질감이 실제로 보면 더 와 닿기 때문이다.

 

 

 

 

작품을 점, 선, 면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뿐인데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지난번 작품 감상법에 이어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고 싶다면, 미술의 기본 요소인 이 세 가지를 기억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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