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arp Spoon

김송리 [작가노트]

2020.09.29

 

 

 

 

 

 

 [A Place of Sublimity] 연작에 대하여

 

 

 

 

 

 

 

 


 

 

 

 

 

제 작업의 시작은 인간의 부재입니다. 끔찍한 사고로 인해 인간 존재가 한낱 물질 덩어리로 해체되는 순간을 목격 하였고, 주변인들의 사고사를 겪은 뒤 저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추모하고 위로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영혼이 있다면 그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설정하려 하였고 그 공간은 곧 숭고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이후 초기 작품의 주제인 '부재'와 '죽음 그 너머'는 곧 '현시 불가능 한 것 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현시 불가능 한 것'이 숭고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미학과 포스트모더니즘 예술 안에서 숭고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하는 것을 표현한다.”로 제시되는데, 저는 이처럼 재현할 수 없는 그 너머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숭고가 가진 특성을 이용하여 작품 안에 배치하였습니다.

 

 

 

 

작품 표현을 위하여 먼저 숭고성의 이미지를 찾게 되었으며, 이때 저는 성당과 교회 등의 실내 공간들과 대자연의 그 전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연은 숭고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판단내릴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였기 때문에 연작은 흰 캔버스 위에 자연을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숭고는 결코 대상 그 자체가 될 순 없지만, 특정 장소나 대상은 분명 인간으로 하여금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 색을 덮어 올리는 과정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저는 색이 올라간 뒤 모호하게 드러나는 자연의 이미지에 주목하게 됩니다. 작품 안에 보일 듯 말 듯하게 비춰지는 이미지들은 관객에게 시각적인 불편함과 좌절을 경험하게 하고, 이는 숭고의 부정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작품을 관람할 때, 멀리서보면 파란색 화면일 뿐이지만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모호하게 드러나는 자연의 이미지들을 발견하기를 의도하였습니다. 나아가 미세하게 표현된 이미지를 보기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우리의 눈은 전체를 담을 수 없게 되며, 작품은 무한하게 확장합니다. 작품에 사용된 짙은 파란색은 차갑고 스산하게 다가오며, 이 역시 숭고의 부정적인 특징들과 연관성을 가집니다.

 

 

 

 

특히 저는 색을 덮어 올릴 때 얇은 레이어를 반복해서 수없이 올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이유는 물론 결과물의 어두움 조정이 용이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제 스스로의 추모의 퍼포먼스이며 몰입 행위로 이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없이 덮어 올림을 통해 기존 산의 구조가 가진 수직적 구조관계를 해체하고 화면을 평면화 시키게 됩니다.

 

 

 

 

작품 안에 이러한 숭고 장치들은 '부재하는 것들'이나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며 시도입니다. 저는 결국 작품을 통해 '표현 불가능'하고 '제시 불가능'한 것들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려고 하였으며 숭고는 이러한 것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설명될 수 없고 재현될 수 없는 것들을 숭고의 맥락 안에서, 나아가 더 넓고 다양한 관점의 시각에서 표현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More Information

Others arrow_for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