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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Spoon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이 담긴 그림

2020.11.09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그리고 라파엘로 산치오이다. 한 시대에 한 명이 있기도 어려운 천재가 약 500년 전에 세명이나 있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저마다의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그 중 가장 어린 라파엘로는 두 천재 예술가의 장점을 공부하며, '만인의 화가'로 불렸다.

 

 

 

 

 

그리고 천재 예술가의 뒤에는 로마의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있다. 그는 르네상스 예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교황이다. 건축가 브라만테를 임명해서 바티칸 궁정의 여러 건축과 성 베드로 대성당의 재건공사를 맡겼고,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 천장화를 제작하게 해서 오늘날 우리에게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까지 남겨 주었기 때문이다. 끝이 아니다. 그는 브라만테가 데려온 고향 후배인 26세의 라파엘로에게 바티칸 교황청의 방 벽화를 맡겼다. 그 덕분에 세 명의 천재 예술가가 동시에 담긴 그림이자, 바티칸 미술관에 있는 프레스코화가 탄생했다.

 

 

 

 

 

바로, 라파엘로의 대표작품 <아테네 학당>이다.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1510~1511)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는 교황의 명에 따라 각 벽화의 컨셉을 구상했다. 당시 ‘서명의 방(Stanza della Segnatura)’, ‘엘리오도로의 방(Stanza di Eliodoro)’, ‘콘스탄티누스의 방(Stanza di Constantino)’, 그리고 ‘보르고 화재의 방(Stanza dell'Incendio di Borgo)’을 맡았고, <아테네 학당>은  '서명의 방'에 그려졌다.

 

 

 

 

 

'서명의 방'은 철학, 신학, 법, 예술을 주제로 그려졌다. 그 중 <아테네 학당>은 '철학'이라는 주제를 표현했다. 그는 이 주제를 표현하고자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의 내부와 신의 조각상, 그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54명의 학자들을 작품에 그렸다.

 

 

 

 

그림 상단부의 좌우에는 태양의 신 아폴론과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가 각각 서있다. 그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인간들에 비해 훨씬 크고 위엄 있는 모습이다. 그들의 모습은 작품 속뿐만 아니라 벽화 속 밖의 분위기와도 마치 한 몸처럼 잘 어울린다.

 

 

 

 

 

 

 

 

 

 

 

 

 

<아테네 학당> 부분도

 

 

 

 

 

 

 

 

 

 

이들 중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는 어디에 있을까?

라파엘로는 존경하는 다빈치의 얼굴은 화면의 정 중앙에, 그리고 그 아래에는 심드렁한 표정의 미켈란젤로 얼굴을 가진 인물을 배치했다.

 

 

 

 

 

<아테네 학당>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부분이 정 중앙이다. 중앙에 있는 인물은 작품 속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무언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붉은색 옷을 걸치고 하늘을 가리키는 이는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이상론자인 그의 얼굴은 다빈치의 얼굴로 표현되었으며, 손짓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이와 반대로 현실론자이자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이렇게 두 인물로 이상과 현실을 표현했는데, 붉은색(불)과 푸른색(물)의 옷 색상까지 라파엘로는 상반되게 표현했다. 

 

 

 

 

 

그에 비해 미켈란젤로는 북적이는 이들을 등 뒤로 하고 혼자 앉아있다. 라파엘로는 그를 '헤라클레이토스'로 표현해서 무언가를 고뇌하는 모습으로 작품에 담았다. 헤라클레이토스는 그리스의 사상가로 소크라테스 이전의 주요 철학자이다. 원래 라파엘로는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넣을 생각이 없었지만, 우연히 그의 천장화를 보고 그림을 수정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미켈란젤로를 빼고 이 시기를 논할 수 없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빈치처럼 중앙에 멋진 모습으로 넣는 것이 아닌, 혼자 앉아있는 모습으로 표현을 했다.

 

 

 

 

 

그렇다면 라파엘로는 어디에 있을까?

 

 

 

 

 

 

 

 

 

 

 

 

 

 

좌) <아테네 학당> 부분도, 우) 라파엘로 <자화상> (1506)

 

 

 

 

 

 

 

 

 

 

 

바로 한쪽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작품 밖을 바라보는 인물이 라파엘로이다. 당시의 화가들은 마치 사인처럼 자신의 얼굴을 작품 속에 그렸는데, 라파엘로 역시 자신의 얼굴을 작품 속에 담았다. 

이렇게 <아테네 학당>에는 르네상스의 거장 얼굴이 모두 담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얼굴 찾기'만 하면 이 그림의 진정한 매력을 모두 알 수 없다.

<아테네 학당>은 라파엘로가 치밀한 계산으로 완성시킨 작품이다. 이상과 현실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사상에 따라 좌, 우로 나눠서 배치했으며, 인문학자들은 상단에, 자연과학자들은 하단에 배치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앞서 소개했듯이 플라톤은 이상론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론자이다. 플라톤이 이념을 중시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경험을 중시했다.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쪽에 있다.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는 살면서 많은 제자들을 교육시켰다. 그는 일방적인 교육이 아닌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 깨우치도록 했는데, 어쩐지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피곤해 보인다.

 

 

 

 

 

소크라테스의 아래에는 한 여성이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다. 그녀는 최초의 여성 수학자인 '히파티아'이다. 본래 라파엘로는 그녀를 화면 정 중앙에 배치했으나, 당시 여성을 지우라는 명을 받게 된다. 이에 라파엘로는 그녀를 지우는 대신 사이드에 배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덧붙여, 히파티아의 얼굴을 두고 라파엘로가 사랑한 여성을 모델로 했다는 설도 있다.

 

 

 

 

 

히파티아의 옆에는 수학자 '피타코라스'도 보인다. 정치가이자 수학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작품 속에서도 무언가에 열중하며 글을 적고 있는 모습으로 담겨있다. 

 

 

 

 

 

이번엔 아리스토텔레스와 라파엘로가 그려진 화면 쪽을 바라보자. 라파엘로를 두고 당시 '만인의 화가'라는 별명이 붙었던 건 그의 빼어난 그림실력과 출중한 외모뿐만이 아니었다.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성격과 친절하고 유쾌한 모습에 많은 이들이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성격은 <아테네 학당>에서도 볼 수 있다. 라파엘로는 그를 교황에게 소개해준 브라만테를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의 모델로 그렸다. 그리스 기하학을 창시한 유클리드에 은인인 브라만테를 그리고, 그가 담당했던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배경에 녹였다. 이런 후배를 어찌 아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

 

 

 

 

 

 

 

 

 

 

 

 

 

 

라파엘로 <검은 방울새의 성모> (1507)

 

 

 

 

 

 

 

 

 

 

 

 

그러나 무엇보다 라파엘로의 장점은 '끊임없는 배움에 대한 노력'이라고 평한다. 실제로 그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공부해서 두 화가의 장점을 이어받았다. 스스로가 삼은 뛰어난 스승이 둘이나 있고, 라파엘로는 그들의 장점을 닮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라파엘로를 두고 '르네상스 미술의 완성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라파엘로는 성모마리아와 아기천사를 종종 작품에 남겼으며, 대부분의 작품들은 우아한 선과 안정적인 구도를 가졌다. 또한 그는 탁월한 성실함으로 매번 기한 내에 작품을 완성시켰다고 알려진다. 그 외에도 작은 작품들을 제작해서 당시의 일반 사람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친절하고 잘생긴 화가의 뛰어나고 쉽게 살 수 있는 그림에 열광했다. 그렇게 '만인의 화가'가 된 것이다.

 

 

 

 

 

 

큰 인기를 끌었던 시기에도 그는 계속해서 그림에만 몰두했다. 그의 노력은 그의 소질을 더욱더 뛰어나게 끌어올렸다. 안타깝게도 37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판테온에 묻히는 영광으로 비추어보아 당시 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후 라파엘로는 후대 미술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루벤스, 푸생, 들라크루아, 앵그르의 우상이 되었고, 티치아노, 렘브란트에게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선천적 천재'가 아닌 노력에 의한 '후천적 천재'일수도 있다. 짧은 생애 동안 끊임없는 배움의 노력이 오늘날 역사 속에 라파엘로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라파엘로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테네 학당>을 보면 다빈치의 뒤로 하늘이 펼쳐져있고,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레드카펫이 깔려있는 듯하다. 복잡하고 왁자지껄한 다른 공간들에 비해 길을 비워놓은 느낌이다. 미켈란젤로는 비록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화면의 가장 앞이자 정 중앙에 배치했다. 곧 있으면 작품 속 두 예술가가 서로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라파엘로 본인은 화면의 구석에서, 얼굴만 살짝 내밀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이 아닌, 자신의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을 관찰하는 느낌까지 든다. 그가 생각했던 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을지 짐작해본다.

 

 

 

 

 

덕분에 <아테네 학당>은 시선이 자연스럽게 화면 중앙에 고정된다. 인체의 비율까지 계산했기에 바티칸에서 그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작품의 과학적, 수학적 원리와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 건 작품 속 재미의 덤이 되었다.

 

 

 

 

 

그가 어떤 류의 천재였건, 성격과 외모가 어땠건, 결국 남은 건 그의 작품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라파엘로'라는 인물까지 들여다본다.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담긴 그림, <아테네 학당>

다시금 그림을 마주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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